튀고, 싸고, 착한 물건 여기 다 있네

▲ 서울 각지에서는 정기적으로 벼룩시장이 열린다. 

넓은 공터에 저마다 좌판을 깔고 물건을 펼치면 곧바로 시장이 된다. 옷장에 걸어두기만 했던 멀쩡한 옷가지, 손으로 직접 만든 장신구, 몇 번 신지 않은 구두 등 중고라고 지나쳐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들이 수두룩하다. 플리마켓(flea market), 혹은 프리마켓(free market)으로 불리는 벼룩시장이 전국 곳곳에서 정기적으로 열린다. 끼리끼리 입소문으로 알려져 아는 사람만 아는 벼룩시장. 잘 이용하면 주머니가 가벼운 당신도 개성미 만점의 멋진 물건을 헐값에 사면서 이웃을 돕는 ‘착한 소비’도 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신촌과 홍대, 압구정동, 논현동, 뚝섬 등에서 정기적인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장소에 따라 판매하는 물건들의 성격이 조금씩 성격이 다르다. 지하철 몇 호선을 타고 어디로 가야 할지 살펴보자.

◆ 신촌 미니섬 프리마켓

▲ 신촌 미니섬 프리마켓이 열리는 현장 

“오늘 처음 왔지만 ‘득템(아이템얻기)’할 만한 물건들이 많은 것 같아 또 오고 싶어요.”

신촌 현대백화점 후문 앞 창천어린이 공원에서 열린 미니섬 프리마켓에서 지난달 7일 만난 손영근(20·대학생)씨는 “물건이 깨끗한 데 비해 값이 아주 싸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 프리마켓 현장에서 손님을 유혹하는 문구 

신촌 미니섬 프리마켓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든다. 미니섬(www.minisum.co.kr)은 원래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장터로 지난 2006년 초 출발했다. 그러다 그 해 여름부터 오프라인에서도 벼룩시장을 열기 시작,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달 둘째와 넷째 주 토요일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는 이곳은 10대와 20대가 탐낼 만한 중고 옷가지와 신발, 가방들이 주를 이룬다. 중고생인 10대들을 배려해 ‘놀토(노는 토요일)’에 열리는 게 특징이다. 팔 물건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대 200부스를 신청 받아 장터가 열리기 때문에 다양한 물품을 만날 수 있다. 시장이 열릴 때 마다 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미니섬 프리마켓은 학기 중에 대학 캠퍼스에서도 열린다. 평일 서울 소재 대학에서 돌아가며 열리는 프리마켓은 150~200부스를 신청 받아 진행하는데, 한때 200부스 신청이 8분 만에 완료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제품이 이렇게 싼 건 처음 봐요. 쇼핑몰 모델이 딱 한 번 입었다는 옷들도 많아요.”

회사원 백미선(24)씨는 쇼핑백을 이미 여러 개 들고서도 공원을 계속 돌며 여러 부스를 기웃거렸다. 백씨는 “중고품이라고 해서 큰 기대 없이 와 봤는데, 다른 인터넷 쇼핑몰이나 지하 의류상가보다 훌륭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단돈 5000원짜리 남성 셔츠 

이 곳에서 팔리는 물건들은 90% 가량이 중고지만 신상품도 10% 정도 있다. 그런데 가격은 대부분 3000원에서 5000원 정도이고 어지간해서 1만 원을 넘기지 않는다. 여성을 위한 물건이 많지만 티셔츠나 남방류 등 남녀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의류도 있고 남성이 써도 무방할 가방이나 장신구도 적지 않다.

이곳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주말을 이용해 부스를 차린 판매자도 있는데, 새 물건을 갖고 나오지만 온라인 가격보다 10~20% 정도는 싸게 판다.

“1000원에 가져가세요.”

시장 마감 시간이 다가올수록 판매자는 남은 물건을 가급적 다 처리하기 위해 계속 가격을 내린다. 그러면 쇼핑객들은 더 싼 값에 좋은 물건을 잡기 위해 마음이 분주해진다. 무심코 공원을 지나가던 행인들도 파격적인 가격을 외치는 소리에 이끌려 충동구매를 한다. 적은 돈으로 멋쟁이가 되고 싶은 청춘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신촌 미니섬 프리마켓
ㆍ장소 : 신촌 현대백화점 후문 옆 창천어린이공원 / 지하철 2호선 신촌역 하차
ㆍ특색 : 10~20대 위주의 패션 아이템
ㆍ개장일시 : 매월 2·4째 주 토요일 12시~5시
ㆍ연락처 : www.minisum.co.kr

 ◆ 홍대 예술시장 프리마켓

▲ 손수 만든 뜨개질 작품을 보고 멈춰선 아이들 

홍익대학교 앞 놀이터는 평일엔 예술가들의 공연장이 되고 주말엔 이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장이 된다. 뿐만 아니라 실용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작품들을 싼값으로 파는 시장이 되기도 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프리마켓(free market)’이 열린다.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문화행사의 하나로 시작해 올해 10년째를 맞았다. 중고를 파는 벼룩시장(flea market)이 아니라 자유롭게 창작품을 전시하고 거래하는 시장이라는 의미의 프리마켓이라고 참가자들은 강조한다. 매주 100여명의 생활 예술가들이 창작한 작품을 전시, 판매한다. 화가가 직접 그림을 그려 넣은 티셔츠와 운동화, 나무를 깎아 만든 장식품, 찰흙으로 빚어 만든 목걸이와 귀걸이 등 이채로운 작품들이 그득하다.

▲ 주말마다 장터에 나온 후 단골손님도 생겼다. 

“제가 직접 만든 작품이라 각각의 물건마다 개성이 담겨 있어요.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찍어내는 대량생산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죠.”

지난 달 7일 홍대 앞 프리마켓에서 만난 20대 후반의 회사원 신보람 씨는 뜨개질감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고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녀는 뜨개질을 취미로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뜻 깊은 선물을 하고 싶어 고민하다 뜨개질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 직접 디자인을 하고 작품을 만들어 홍대 앞까지 갖고 나왔다.

“모두 수공예품이라 조금 비싼 것도 있어요. 손님들이 가격을 묻고는 비싸다며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예쁘다며 발길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겁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한다. 신 씨는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움’이 홍대 프리마켓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곳에는 20대 뿐 아니라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30대 부부나 40~50대의 중년층의 모습도 드물지 않다.

“주말마다 홍대에 와요. 제 작품도 팔고, 다른 작품들을 감상하기도 하고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하죠. 저녁엔 남편이랑 맛있는 것도 먹어요. 아니면 여기 다른 생활 예술가들이랑 함께 하구요.”

▲ 볼거리와 수공예품으로 가득한 주말 오후 홍대 벼룩시장

지난해 11월에 3번 참여했고 올 3월부터는 매주 참여하고 있다는 연지(58·불교법명)씨는 남편과 함께 솟대를 만들어 전시 판매한다.

부모님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경기도 파주에서 왔다는 김혜지(20·학생) 씨는 “백화점에서 비싼 선물을 사는 게 부담스러워 이곳에 왔는데  독특하고 값싼 제품에 많아 좋다”고 말했다.

홍대 프리마켓의 물건들은 부담 없는 1,000원 짜리도 있고, 3~4만 원대의 꽤 비싼 수공예품도 있다. 소중한 사람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수공예품’을 선물하고 싶다면 한 번쯤 와 볼만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홍대 예술시장 프리마켓
ㆍ장소 : 홍익대학교 앞 놀이터 /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하차
ㆍ특색 : 예술 작가의 개성 넘치는 수공예품
ㆍ개장일시 : 매주 토요일 1시~6시
ㆍ연락처 : www.freemarket.or.kr

◆ 논현동 블링 앤드 플래툰 플리마켓

▲ 가장자리에 바(bar)가 있는 독특한 장터 

강남은 뭐든 비싸다? 하긴 밥값도 비싸고, 찻값도 비싸고, 머리카락 자를 때도 몇 천원을 더 얹어줘야 한다. 하지만 그런 강남에도 1000원짜리 티셔츠를 건질 수 있는 벼룩시장이 있다. 장이 서는 날은 한 달에 딱 한 번. 밤도깨비처럼 해가 져야 모습을 드러내는 그 곳은 논현동 ‘블링 플래툰 나이트 플리마켓(Bling Platoon Night Flea Market)’이다.

사방이 뚫린 진녹색 컨테이너 건축물의 외벽에 검은색 페인트로 플래툰(PLATOON)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 곳은 ‘플래툰 쿤스트할레(Platoon Kunsthalle)’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독일의 문화콘텐츠 회사 ‘플래툰(Platoon)’이 지었다. 컨테이너 스물여덟 개를 이어 만든 3층짜리 건물로, 평일에는 각종 예술품을 전시하거나 강연 혹은 공연을 하다가 매달 첫째 주 토요일 밤에만 벼룩시장을 연다. 동절기(11월~3월)에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하절기(4월~10월)에는 오후 8시부터 12시까지 연다.

“즐기려고 시작한 것이 커졌어요. 여기서는 물건 구경하면서 그냥 신나게 노는 거예요. 음악도 있고, 젊은 사람들이 많잖아요. 밤에 여는 플리마켓은 여기뿐이에요. 주 고객이요? 노는 친구들이랑 패션 디자이너들이 많이 와요.”

▲ 늦은 저녁 ‘득템’하러 온 손님으로 붐비는 플리마켓

벼룩시장을 여는 주체는 패션잡지 ‘블링(bling)’의 기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2009년 여름, 서울 이태원에 있는 사무실 앞마당에서 처음으로 벼룩시장을 열었다. 잡지사 식구들과 브랜드 관계자들이 모여 물물 교환하는 방식의 친교모임이었다. 그러다 반응이 좋아 주변 사람들이 더 모이기 시작하면서 규모가 커졌고, 2010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플래툰 쿤스트할레’에 자리를 잡게 됐다. 플래툰은 거의 무상으로 공간을 내줬다.

이곳에서 파는 물건은 옷, 신발, 가방, 팔찌 등 다양하다. 50명의 젊은 장사꾼들이 쓰던 제품을 갖고 와서 싸게 넘기거나, 직접 만든 수제품을 판다. 매달 말 판매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200명에서 300명의 신청자가 몰린다.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희한하고 특이한 것’을 갖고 올수록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단, 쇼핑몰에서 온 사람들은 안 받는다.

▲ 형형색색의 개성 넘치는 중고 물건들. 

“원가보다 70% 정도 싸게 팔고 있어요. 이 신발은 원래 31만 원짜린데, 작년에 제가 20만 원 주고 샀어요. 여기서는 5만 원에 팔고 있어요. 다섯 번밖에 안 신었으니까 거의 새 신발이에요.”

조성훈(32) 씨는 이곳에서 자신이 신던 신발이나 입던 옷을 판다. 여기서 장사한 것은 벌써 세 번째. 조씨는 다른 벼룩시장에 비해 이곳에는 남성 제품이 많은 게 특징이라고 한다. 남성 의류나 신발을 파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멋 부릴 줄 아는 남자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직장인 이정민(28) 씨는 여자 친구 손에 이끌려 왔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 하나 샀다.  시중에서 사려면 10만 원은 줘야 하는 티셔츠를 4만 원에 샀다고 좋아했다. 여자 옷 위주인 다른 벼룩시장에 비해 남자 물건이 많다는 데 특히 만족스러워했다.

“남산에 있는 플리마켓에 자주 가는데, 최신 유행품들이 여기에 훨씬 많은 것 같아요. 가격대는 비슷해요. 여긴 음악도 있고, 분위기도 좋고. 그래서 자주 놀러 오려고요.”

이곳에서 장사는 ‘노동’이 아니라 ‘오락’이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청소하는 사람도 이 곳을 ‘노는 곳’으로 생각한다. 건물 1층에는 각종 칵테일과 맥주를 파는 바(bar)가 있고 3층의 야외 테라스에서는 수제 소시지 햄버거와 감자를 구워서 판다. 댄스 클럽에서나 나올 법한 신나는 음악이 현장의 분위기를 한껏 띄워준다.

▲ 사람들로 둘러싸인 ‘1000원 경매’가 이루어지는 현장. 

벼룩시장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면 경매 이벤트도 한다. 지난달 7일 저녁 8시30분, 옥션 이벤트 진행자 프라임(본명 정준형)이 ‘1000원 경매’ 시작을 알렸다. 보통 30분 정도 진행되는 경매에는 대여섯 개의 물건이 올라오는데, 플리마켓 운영자들이 가장 독특하고 신기하다고 판단한 상품들이다. 이제까지 가장 싸게는 1000원에 남자 반팔 티셔츠가 팔렸고, 가장 비싸게는 선글라스가 20만원에 팔렸다. 옥션 이벤트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은 모두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된다고 한다. 이런 이벤트와 멋진 음악이 이 ‘강남 벼룩시장’의 매력이다.

블링 앤드 플래툰 나이트 플리마켓
ㆍ장소 : 논현동 도산사거리 플래툰 쿤스트 할레 건물  / 지하철 7호선 학동역 하차
ㆍ특색 :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패션 아이템과 클럽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내 분위기
ㆍ개장일시 : 매월 첫째 주 토요일 밤 8시~12시
ㆍ연락처 : www.kunsthalle.com / 02-3447-1197

◆ 뚝섬 아름다운 나눔 장터

뚝섬의 아름다운 나눔 장터는 물건을 재사용해서 자원낭비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또 ‘어린이들에 의한, 어린이들을 위한 미래 배움터’를 지향하면서 많은 어린이용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활용 꽃장식 만들기>,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만들기> <대안생리대 만들기> 등 가족이 함께 참여해서 재활용과 환경보존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다양하게 이뤄졌다.

매주 토요일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리는 이 벼룩시장은 어린이 장터, 단체 장터, 일반시민 장터로 나뉘어 있다. 어린이 장터는 초등학교 재학 중인 어린이들이 직접 판매에 나선다. 덕분에 가족 단위 참여가 많고,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판매에 나선 가족들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싼 가격에 판매하고, 수익금의 일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다. 가족과 함께 할 나들이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뚝섬 아름다운 나눔 장터
ㆍ장소 :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  /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하차
ㆍ특색 :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다양한 물품
ㆍ개장일시 : 매주 토요일 12시~4시
ㆍ연락처 : www.flea1004.com / 02-732-9998

◆ 현대백화점 그린마켓

그린마켓은 서울에 있는 현대백화점의 각 매장에서 돌아가며 열리는 자선 장터로, 수익금 전액을 사회복지재단 또는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기금으로 사용한다.

이곳에서는 중고명품, 빈티지, 패션소품 뿐만 아니라 각 브랜드에서 협찬하는 이월 및 저장 상품, 고객 기증품 등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다. 가격은 천 원에서부터 몇 십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압구정 본점에서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톱3에 들었던 최혜정씨가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갖고 참여하기도 했다. 다음 번 그린마켓이 어디서 열리는 지는 현대백화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그린 마켓
ㆍ장소 : 현대백화점 각 점포
ㆍ특색 : 각종 브랜드 의류 및 중고명품 등
ㆍ개장일시 :2011년 6월 19일 목동점 하늘정원(2시~6시) / 19일 신촌점 U-PLEX  12 층 제이드홀(12시~5시)
ㆍ연락처 : http://www.ehyundai.com

 

▲ 서울에서 열리는 기타 벼룩시장